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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의리는 진정한 의리가 아냐' 법원의 훈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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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의리는 진정한 의리 아냐" 법원의 훈계


노컷뉴스 | 기사입력 2008.09.18 09:50 | 최종수정 2008.09.18 14:12

[부산CBS 장규석 기자]


"선후배나 친구들이 부적절한 처신으로 범죄행위에 연루되어 있을 때는, 이들을 교화하거나 아니면 멀리 하는 것이 바로 의리입니다."


범죄단체 구성혐의로 재판을 받았던 사상통합파 피고인들에 대해 지난해 4월 부산지법 1심 재판부가 선고 말미에 피고인들에게 다시는 조직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당부한 훈계문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를 낳고 있다.


당시 부산지법 제5형사부(고종주 부장판사)는 선고 말미에 갑자기 '선고에 이어 특별한 당부를 덧붙이고자 한다'며 훈계문을 낭독했다. 재판부는 훈계문에서 피고인들에게 "의리라는 것은, 선후배나 친구들이 건전한 사회인으로 처신하는 경우에만 지켜질 수 있는 것"이라며 "선후배나 친구들이 부적절한 처신으로 범죄행위에 연루되어 있을 때는, 이들을 교화하거나 아니면 멀리 하는 것이 바로 의리"라고 일침을 놨다.


재판부는 또 "세상에는 고통을 겪으면서도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좋은 신체와 건강을 갖고 있으면서 왜 선하게 살려는 사람들에 기생해 그들을 괴롭히냐"며 "선처를 탄원한 가족들을 생각하라"고 훈계했는데 재판을 방청한 방청객들이 글이 좋다며 받아쓰기도 하는 등 적잖은 반향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훈계문 전문]


훈계문(피고인들에 대한 최종 당부)

① 현재로서는 피고인 여러분들의 기소된 범행에 대한 제1심 재판이 끝났을 뿐입니다. 증거능력과 그 가치에 대한 해석과 관점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들은 겸허히 다음 절차를 기다리면서 자숙할지언정 결코 경거망동하여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다만, 다시는 여러분을 이 자리에서 볼 기회가 없으리라고 믿기에, 그리고 여러분들은 아직 젊기 때문에, 자신의 의지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폭력과 마약으로 인한 반복된 처벌이라는 종래의 악순환을 끊고, 새로운 삶을 개척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여겨지므로, 이에 당원은 특별히 몇 마디 당부를 덧붙이고자 합니다.


② 작금의 세태는 여러 매체를 통하여 폭력조직원들의 생활을 멋있게 묘사하거나 희화화하고, 폭력조직원들 사이의 부적절한 유대감마저 의리라는 이름으로 미화시키곤 합니다. 그러나 폭력이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어떠한 이유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더구나 조직의 세를 등에 업은 폭력은 비열하고 야비하기까지 합니다. 의리란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바른 도리 또는 신의를 지켜야 할 교제상의 도리를 일컫는 것이므로, 범죄행위를 함께 하는 자들 사이에서의 유대감까지 의리라고 부를 수는 없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피고인들이 지켜야 한다고 혹시 믿고 있을지 모르는 의리라는 것은, 피고인들을 포함한 선후배나 친구들이 건전한 사회인으로 처신하는 경우에만 지켜질 수 있는 것이므로, 그 선후배나 친구들이 부적절한 처신으로 범죄행위에 연루되어 있을 때는, 이들을 적극적으로 교화하거나 혹은 이들을 멀리 하는 것이 바로 의리라는 점을 주의적으로 환기시키고자 합니다.


③ 피고인들의 자세한 성장환경과 삶의 여건을 우리는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하나, 증거에 의하면, 여러분들은 대부분 잘못된 선배나 친구를 사귀거나 혹은 자신의 순간적인 오판으로 마약에 손을 대기도 하였고 조직적인 폭력 세계에 몸을 담은 후 이를 기반으로 무위도식하고, 이러한 죄책으로 처벌받아 수형생활을 반복하는 연쇄적인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조직적인 폭력의 힘에 기대어 아무런 노동이나 정당한 대가도 없이 손쉽게 금전적 이득을 취하고 권력을 휘두르는 것은 대단히 유혹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들이 잠시 동안 향유한 힘과 손에 넣은 소소한 금전적 이득은 아무런 대가가 없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피고인들이 크지 않은 돈 몇 푼과 폭력에 신체에 대한 위해를 면하기 위하여 마지못해 굴복한 사람들의 내키지 아니한 대접과 맞바꾼 것은 다름 아니라, 바로, 무엇보다 소중한 피고인들의 자유와 피고인들이 반성문을 통하여 그 소중함을 깨달았노라고 누누이 말한 피고인들을 의지하는 가족들의 고통과 희생입니다.


과연 어느 것이 더 소중한 것인지는 묻지 않아도 명백합니다. 차후에라도 또 다시 범죄의 유혹이 다가올 때마다 이 점을 먼저 상기하여 볼 것을 권면합니다.


④ 중증 장애자등 세상에는 실로 말할 수 없는 지극한 고통 가운데 있으면서도 적으면 적은 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자신의 몸을 던져 땀 흘려 일하여 번 소득으로 건전하게 살아가려고 몸부림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부모로부터 좋은 신체를 물려받고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건강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어떻게 열심히 그리고 선하게 살려는 사람들에게 기생하여 그들을 괴롭히고, 떼지어 몰려다니면서, 내나라 내 땅의 선량한 이웃들을 못살게 군단 말입니까?


이 시간 이후 여러분들은 심기일전하여 크든 작든 기왕에 관여한 불법조직을 해체하거나 탈퇴하고 필요한 경우 거주지를 옮기는 한이 있더라도, 삶의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어야 할 것이며, 과거의 잘못된 행태를 청산하려는 뼈를 깎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관계기관은 차후 여러분의 태도와 변화는 물론이요 이동경로나 움직임을 더욱 유심히 관찰할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⑤ 이 사건 공판과정 내내 피고인들의 무거운 죄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의 장기적인 부재를 안타까워하고 피고인들을 간절히 그리워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진심어린 탄원이 줄을 이었습니다.


위 탄원들 속에 비친 피고인들의 모습은 조직적으로 폭력을 행사하여 협박하거나 갈취를 하고 마약에 탐닉하는 범죄자들이 아니라 누군가의 사랑스런 자식이고, 자랑스러운 아버지이며, 믿음직한 남편이자, 다정한 친구와 이웃이었습니다.


피고인들의 가족과 지인들의 애절한 희구 때문에 피고인들의 죄책이 가려질 수도 없고 결코 가려져서도 안 되는 것이기는 하나 당원 역시 누구보다 피고인들의 교화를 바라는 생각에서 마지막으로 당부하건대, 피고인들이 이 사건 범죄로 인한 응분의 죄책을 치른 후에는 이번을 끝으로, 부디 반복되는 범죄와 처벌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단호히 끊고, 참된 노동의 가치를 깨달아 피고인들의 석방을 간절히 구하는 많은 탄원인들의 바람처럼, 또 피고인들 자신들이 반성문에서 구구절절이 맹세하고 약속하였던 것처럼 열심히 일하면서 삶의 보람과 기쁨을 맛보며 건전하게 살아가는, 우리가 흔히 거리에서 마주치고 인사하는 보통의 자식과 아버지로서, 한 남편과 이웃으로서, 한 사람의 건전한 시민으로서, 우리 사회에 떳떳이 복귀하기를, 그리하여 다시는 법정에서 이런 불미스러운 일로 여러분들을 대면하는 일이 없기를 간곡히 바라는 바입니다. 이상으로 이 사건의 판결 선고를 모두 마칩니다.



hahoi@cbs.co.kr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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