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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마을 ‘꽃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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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노턴
 

서울에서 자동차로 약 두 시간쯤 달리면 충청북도 음성군 맹동면 인곡리에 이릅니다. 그곳 산 1번지에 '꽃동네'가 있습니다.

이 곳에는 글자 그대로 버려진 인생들이 있습니다. 날품팔이도 가정부살이도 할 수 없는 병약자, 노쇠자, 의탁할 부모 또는 자식이 없는, 그대로 두었다가는 길바닥에 쓰러져 생을 마칠 수밖에 없는 인생들이 모여 있습니다.

이 꽃동네 회장이 오웅진 신부입니다. 건강한 체구에 인자한 모습입니다. 그는 자신이 할 일은 오직 사랑의 실천 뿐이라고 합니다. 1976년 의로운 거지 한 사람을 만나 버려진 삶을 구하는 일에 나섰습니다. 거지들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거지 왕초와 드잡이도 했고 끝내는 권리금을 주고 거지들을 인수받았다고 합니다. 동네 입구에는 큼직한 바위에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은 주님의 은총이다'라는 말이 새겨져 있습니다. 거지 의인을 통한 깨달음이라 했습니다.

최근 이 동네는 한 번 더 뉴스를 탔습니다. 화산 폭발로 도시 하나가 없어진 콜롬비아에 1,000만원의 구호금을 보낸 것입니다. 그것은 아직 살아 있을지도 모르는 한 목숨이라도 구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목숨을 귀히 여기자!'는 것이 이 꽃동네의 기본 정신입니다. 그러니까 종교를 가졌든 안 가졌든 관계없이 이 꽃동네가 아름다울 수밖에 없습니다.

오웅진 신부가 이 곳 무극리에 온지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오신부가 무극 본당 주임 신부로 발령을 받은 것이 ‘76년 8월이었습니다. 시골 교당이라 무척 가난해서 마당에 과일나무를 심어야 할 정도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곳에서 하나님의 복음을 전할까 고민을 하고 있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해질 무렵 성당밖에 나와 서 있는데 한 거지 할아버지가 휴지를 주워담은 자루를 어깨에 메고, 한 손에는 깡통을 든 채 성당 앞을 지나갔습니다.

오신부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 할아버지를 뒤쫓아갔습니다. 성당에서 약 300미터 떨어진 길가 산모퉁이에 거지 18명이 살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들은 다리 아래 살고 있다가 쫓겨나 산모퉁이에 움막을 치고 살고 있었습니다. 거지들은 장님, 벙어리, 소아마비로 불구가 된 사람, 알코올중독자, 결핵환자 등으로 온전한 사람은 하나도 없어 보였습니다.

오신부는 움막을 일일이 살펴보다가 한 움막에서 기막힌 정경을 보았습니다. 그 집안은 세 식구였는데 아내는 폐결핵으로 뼈만 남아 일어설 기운도 없이 웅크리고 앉아 있었고, 여섯 살 난 아들은 영양실조로 기어다니고 있었으며 남편은 알코올중독자였습니다. 그런데 이 남편은 의처증이 있어서 자기가 없는 사이에 동료가 아내에게 못된 짓을 할까봐 구걸을 나가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에게 할아버지는 얻어온 밥을 고르게 나눠주는 것이었습니다.

할아버지는 구걸 방법도 색달랐습니다. 반드시 밥만 구걸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얻어 모아서 구걸을 다니지 못하는 거지 친구들을 위하여 가져가는 것이었습니다.

할아버지는 구걸을 다니지 않는 날엔 어린이들의 놀이터를 찾아 땅에 있는 병 조각이나 휴지를 줍는 등 마을 청소를 하고 다녔습니다. 그리고 동료가 죽으면 장례를 치러 주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이 일을 해방 직전부터 40여 년 동안 해오고 있다고 합니다. 할아버지의 40년 동안의 생활은 오신부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오신부는 그날 밤, 사제관에 돌아왔으나 좀처럼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오신부는 다시 한 번 생각했습니다. 나는 신부가 아니냐. 가난한 사람들에게 봉사하기 위해 사제가 되지 않았느냐. 호주머니를 털어 보니 돈 1,300원이 있었습니다. 그 돈으로 시멘트 두 포대를 사서 강가 다리 아래로 내려가 벽돌 찍기를 시작했습니다. 거지들에게 집을 지어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이것이 꽃동네의 시작이었습니다.

지금 이 꽃동네 수용 인원은 500여명인데 봉사자 50여명 그리고 월마다 1,000원씩 회비를 내는 회원이 6만5천여 명이 있습니다.

그에 의하면 올 들어 꽃동네에서 96명이 사망했는데 그 중 61명이 눈과 심장 등 몸의 일부분을 살아 있는 사람들을 위해 기증하였다는 것입니다. 오신부는 꽃동네가 할 일을 다음과 같이 강조합니다.

"마치 볼록렌즈가 빛을 한 곳에 모아 불길을 일으키듯, 우리 모두 스스로 사랑을 모아 어둠을 비추고 재앙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불이나 연기가 자욱할 때는 먼저 창문을 열고 그 다음에 불을 끄듯이 지금은 버려진 사람을 구하는 것이 첫째 일이지요. 버려지는 사람이란 결국 사랑에 굶주리다 버려지는 것이니 그런 일이 없게 하는 데는 가정을 사랑의 집으로 다시 세우는 일이 급선무입니다. 사랑이 모든 것의 근원이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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